학부 4학년 때다. KT에서 IPTV를 새로 출시한다고 방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몇 개 짜보라고 공모전을 열었다.

금상 5백만원받고 세금 22%떼고 390만원을 받아서, 같이 했던 친구들 2명과 백만원씩 나눠갖고 (후에 Ba모, Bo모 컨설팅 회사로 취직하고 S모 MBA, W모 MBA를 거쳐 요샌 소셜 커머스 관련 대형 스타트업에 재직중), 우리 동아리 친구들에게 90만원을 쾌척했었다. 결국엔 IPTV 사업자체가 흐지부지 되었던 탓에 우리의 아이디어가 빛을 보진 못했지만, 쌍방향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새로운 매체가 나왔을 때 어떤 TV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지 곰곰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대략 10년이 지난 요즘, 빅데이터 분석, AI활용 등의 타이틀을 단 공모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공모전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저런걸 도전하는 대학생들을 응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및 업계, 학계”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고 적혀있더라.

상금을 1-2억이라도 주는건가는 생각에 공모 내용을 봤더니,  최우수상은 5백만원이란다. 10년전에 비지니스 플랜짜는걸로 대학생들 대상으로 했던 공모전의 대상도 아니고 금상이랑 같은 상금이다.

10년간 물가도 올랐고, 우리나라 GDP도 훠얼씬 올랐고, 공모하는 대상이 대학생이 아니라 “전문가, 업계, 학계”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는데, 도대체 최우수상금 5백만원으로 아이디어를 모은다니? 심지어 공모하는 내용을 읽어보면 정말 ㅎㄷㄷ하다. 자기네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을만한 내용을 만들어달란다.

[스크린샷]

내가 “전문가”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유명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에서 Data Scientist로 고위직 오퍼가 들어와도 차갑게 무시할 수 있는 레벨의 사람이니 “짝퉁 전문가”라고 타이틀을 달아보면, 저런 프로젝트는 최소한 1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모르긴 몰라도 몇 십억의 돈을 투자하고 장기간 고급 인력을 밀어넣어야하는 초대형 외주 프로젝트다. 근데 이걸 겨우 2-3천만원 남짓의 공모전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열정페이라는 단어도 떠오르고, 저런 초대형 프로젝트를 겨우 2-3천만원 남짓의 공모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둔함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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